숲, 인간을 치유하는 종합병원

기사입력 2021.12.09 09:44 조회수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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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래에서 휴식하는 사람들.JPG
숲은 사람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숲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짙은 녹색 향기를 내뿜는 건장한 나무와 예쁜 꽃들이다. 그러나 현대 이전의 사람들은 숲에서 치료약을 찾았다. 숲에 있는 모든 것을 인간의 행복을 위해 신이 주신 선물로 생각했으며, 모든 신체적 고통을 숲에서 해결하고자 하였다.


숲에서 약을 찾는 방법은 처음엔 아주 단순했다. 무릎이 아프면 무릎 같은 마디가 있는 풀을, 가슴이 아프면 심장 모양의 나뭇잎, 산모가 젖이 잘 안 나올 때는 유액이 나오는 식물을 찾아 먹어 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런 단순한 생각이 맞아 떨어져 사람의 아픈 곳을 달래주었고 오랜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많은 약들이 숲에서 발견되었다.

이젠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필요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숲이란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곳일까?
 
우수한 성능을 가진 약의 개발로 많은 사람들은 옛날에 비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현대인에게 새로운 고통을 주는 병, 치유할 수 없는 병이 생겼는데 그것이 스트레스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마땅한 약이 없다. 이 약도 없는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제일 적당한 곳이 바로 숲이다. 복잡한 일상을 떨쳐버리고 정신적인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공짜로 스트레스를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다.새와 함께 자연을 즐기는 법.jpg


숲해설을 듣는 아이들.jpg

사람들은 왜 숲으로 가는 것일까? 숲에서 무엇을  얻고자 할까? 푸른색,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자연과의 고요한 대화 등이 우리가 숲을 찾는 이유이다. 생활환경이 찌들면 찌들수록 숲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여러분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직접 가지 못할 때, 마음속으로는 숲을 향해 달려가며 숲 속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만 풀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 스트레스란 병을 치료하고도 남는 또 하나의 문제는 성공적인 인생을 이루어는 내는 것이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면서도 갖기 어려운 것이 예지능력이다.

사람은 5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지능력이라 하는 6번째 감각을 가진 사람은 드문 것 같다. 5감을 만족시키고 감각의 균형을 잡아주며 최종적으로는 6번째 감각을 발현시키는 곳이 바로 숲이다.

단순히 숲을 찾는 것만으로도 5가지 감각에 한꺼번에 균형 있는 자극을 줄 수 있다. 대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고 있다. 지속적인 단순한 자극 때문에 시각은 점점 퇴화될 수밖에 없다. 대평원에서 목축업을 주로 하는 몽골인들의 시력은 2.0을 훨씬 넘는다 한다.

자동차 소음을 배경으로 깔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물소리 또한  청각을 발달시킨다. 숲 속의 새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짝을 찾기 위하여 소리를 낸다. 새가 우는 곳은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평온한 곳이란 뜻이다. 이런 새들의 소리를 듣고 살아온 인간들도 새소리를 평온함의 상징이라 느꼈을 것이다. 마음의 평온함을 얻는 순간 사물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깨닫는 6번째 감각이 발현된다. 쓰면 쓸수록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은 이와 반대로 쓰면 쓸수록 그 능력이 발달된다.철새 탐사.jpg
새소리를 듣고 있는 나무, 풀들은 어떤 상황일까? 새가 있다는 것은 새들의 먹이가 되는 벌레가 많다는 뜻이며 이런 벌레들은 나무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나무들은 새소리를 듣고 벌레들이 자신을 뜯어먹지 않게끔 몸 속에 화학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여 저장하게 된다. 새소리를 틀어주면 농작물이 병에 안 걸리고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는 이야기는 이런 의미가 숨어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존경쟁‘, ’적자생존‘, ’자연선택‘등의 단어들에서 생물들 사이엔 끊임없는 먹고 먹히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 몸을 뜯어먹으러 오는 산토끼, 노루, 고라니와 같은 초식동물들에게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식물도 자기 몸을 지키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자기 자식들을 온 세상에 퍼뜨리려 무척 노력하고 있다.

식물들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흔하게 쓰고 있는 방법으로 몸에 지니고 있는 방법이다. 몸에 독을 품고 있으면 동물들이 뜯어먹지 못하기 때문에 손쉽게 몸을 보호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문제가 있다. 모든 식물은 제 나름대로 독을 품고 있지만 독 기운이 약하다거나 동물들이 독이 있어도 뜯어 먹어 버린다.

우리가 한의원에가서 한약을 지어 먹는데 식물들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품고 있는 독을 사람들이 약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이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품고 있는 독성 물질을 ‘2차 대사산물’이라 하며 모든 식물체는 ‘2차 대사산물’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속담에는 ‘사람은 소나무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죽어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소나무를 좋아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줄‘이란 것을 대문에다 매달았다. '금줄’에는 소나무 잎을 달아놓았다. 병마개가 없을 때는 소나무 잎으로 막기도 했으며 집을 짓고, 불을 지피고, 소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죽어선 관을 만들어 소나무를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이처럼 소나무가 우리 조상들에게 쓰임새가 많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소나무는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독으로 송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라는 속담도 있다. 소나무의 독에 적응한 것은 인간과 송충이 뿐 다른 어떤 동물도 소나무를 먹지 못한다. 만약 사슴이 소나무를 먹게 된다면 소화불량에 걸린다. 돈 한푼 없는 노루는 약국도 못 가보고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송편을 해먹는 소나무는 그 만큼 무시무시한 독을 품고 있지만 인간은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고치는데 이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신을 신지 않고도 살던 인간들이었지만 현대인들이 맨발로 산을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 발바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약해진 인간들이 다시 찾는 곳이 바로 숲이다.

최근에 삼림욕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삼림욕은 별다른 도구가 필요치 않고 특별한 복장도 필요 없다. 다만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대단한 치유력을 느낄 수 있다.자연을 그리는 사람들.JPG
숲에 가면 흙냄새가 난다. 이 흙냄새는 토양미생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증거이며 이들이 분출하는 물질은 인간에게 이로운 항생 물질이 들어 있다. 또한 식물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피톤치드'란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물질은 병균을 억제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분들이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을 분해한다고 알려지면서 바이오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 철학자이며 교육학자인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루소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신앙, 그리고 권위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되어 자율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키우라고 했다.

숲은 인간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신이 운영하는 병원이며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실임이 틀림없다. 숲은 평생을 살면서 삶에 영향을 줄 이해력과 통찰력, 그리고 자율을 가르치는 생생한 교과서 역할을 해주었으며 2백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참된 웰빙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최한수3.jpg

생태학자 최한수
평생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자연인.
글쓰기, 야생화 탐사, 조류 탐사, 생태 사진 찍기와 오지 탐험이 취미.
생태문화콘텐츠연구회 회장. 환경부 전국자연환경조사 전문조사원, 청계천 조류탐사교실 강사,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강사, 동덕여대 교양학부 강사,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강사 등.
저서로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 ‘숲이 희망이다.’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식물 백과’, 생태시집 ‘노루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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