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의 재료가 되는 천남성(天南星)

기사입력 2021.08.25 09:29 조회수 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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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天南星, 학명:Arisaema amurense)1.JPG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맹독성의 앉은부채

낙엽이 지고 난 뒤 숲속에서 만나는 희귀한 생명의 모습이 있다. 땅 위에서 굵은 대공이 올라와 있는 천남성(天南星)의 빨간 옥수수 모양의 열매를 보면 산삼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물론 가까이 가보면 산삼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열매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며 뿌리를 뽑아보면 삼 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토란 비슷한 뿌리가 나온다. 열매 색깔이 빨갛다는 그것밖에 같은 것이 없다.

천남성은 독성이 매우 강해 식용으로 하지 않으나 옛사람들은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진통제로 이용해 왔었다. 또한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로 잎이 별 모양으로 돌려나므로 천남성으로 불리며 뿌리 부분만을 약재로 사용한다.천남성2.jpg
옥수수를 닮은 더 읽은 열매천남성3.jpg
등산객이 산삼 열매로 착각하는 붉은색 열매가 달린천남성4.jpg
별자리 같은 천남성 잎

그러나 죄인에게 내리는 사약의 원재료이므로 함부로 먹으면 큰일이 난다.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산삼 열매로 착각하여 조금 맛보는 그것조차 매우 위험할 만큼 맹독성이며, 우리나라에서 독성으로 치면 최고일 것이다. 천남성과의 식물은 매우 특이한 꽃을 피우는데, 다른 식물들과 달리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꽃 색깔도 잎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엷은 녹색 또는 크림색을 띠고 있으며 꽃 모양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양과 전혀 다르다. 또한 냄새도 악취에 가깝다.

이런 특이한 꽃이 피는 천남성과 식물의 씨를 맺게 하는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생물은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딱정벌레나, 파리 등의 곤충이다. 벌, 나비는 먼 거리에서 붉고, 푸른 화려한 색깔이나 향기로운 냄새에 이끌려 꽃을 찾아오지만 딱정벌레나 파리는 화려한 꽃 색깔에는 관심이 없고 악취에 가까운 암모니아성 냄새만을 좋아한다.

딱정벌레를 유혹하는 방법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천남성과 식물들은 굳이 향기로운 냄새를 풍길 필요가 없고 화려한 색깔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햇볕이 잘 들이 않아 벌 나비가 날아다니지 않는 으슥한 숲속에서 조용히 자기 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숲에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먹음직한 붉은 열매를 맺어 자신의 자식들인 씨앗을 멀리 퍼뜨려줄 새들을 유혹한다.천남성 6.jpg
자태가 매혹적이며 한국 특산종인 두루미천남천남성 7.jpg여름이 반쯤 오면 꽃을 피우는 반하(半夏)천남성5.jpg
딱정벌레가 꽃가루를 옮겨 주에 땅바닥에 꽃을 피우는 족두리풀

천남성과 식물 중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바로 토란이다. 토란은 열대 아시아 원산으로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농촌에서 기르는 재배 식물이다. 그러나 꽃을 잘 피우지 않기 때문에 꽃을 본 사람은 매우 드물다. 토란도 독성이 강해 직접 먹지는 못하고 물에 오랫동안 담가 놓거나, 삶아서 먹는다.

이른 봄,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앉은 부채란 식물은 춥고 배고픈 동물들에 신선한 식사 거리가 될 것 같지만 이른 봄 홀로 녹색을 띠기 때문에 웬만큼 독을 품고 있지 않아서는 모두 뜯어 먹히고 말 것이다. 앉은부채란 식물은 다른 산나물과 비슷하므로 이른 봄나물을 뜯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매우 주의해야 할 식물이다.

이처럼 움직이지도 말도 못 하는 식물이지만 오랜 지구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만의 생존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 생물의 세계이며 자연의 이치이다.
최한수3.jpg
최한수
평생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생태학자.
야생화 사진, 조류 사진, 자연풍광 사진 찍기와 오지 탐험이 취미.
생태문화콘텐츠연구회 회장. 환경부 환경교육 홍보단 강사, 청계천 조류탐사교실 강사, 경희대 이과대학 강사, 동덕여대 교양학부 강사 등.
저서로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 ‘숲이 희망이다.’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식물 백과’, 생태시집 ‘노루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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