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 방 사건을 보며, 아들에게 쓰는 글
너와 비슷한 또래의 이십 대 청년 중에 일부가 '그깟 야동 하나 본 죄로' 여론이 유료 회원들을 너무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라. 혹시 너도 그런 생각에 내심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구나.
최대한 너희들 처지에 공감하며 변론을 하자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누리는 이런저런 제도적 혜택 등을 보며 오히려 너희들이 역차별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빠의 눈에도 너무 극렬한 페미니스트의 어떤 주장들은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격하고 비합리적이고 피해 의식적으로 보일 때도 있으니까.
피해 의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시대의 희생자라고 모두 주장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태극기부대 노인들도, 퇴직 이후 노년의 삶이 불안한 중장년들도, 아이들 교육 문제로 허덕이는 삼사십 대 부부들도, 취업이 막혀 암울한 이십 대 청년들도 모두 예외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