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을 품은 금강초롱

기사입력 2021.07.26 23:23 조회수 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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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10.jpg금강초롱(학명:Hanabusaya asiatica)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4,000여종의 식물 중 매스컴 및 광고지에 가장 빈번하게 얼굴을 드러내 일반인의 눈에 이미 친숙해져 있는 금강초롱은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에만 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식물로 특산식물이라 부른다.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던 1902년 일본인 학자에 의해 금강산에서 최초로 채집되어 그 당시 일본대사였던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 Hanabusaya)의 이름을 학명으로 사용하여 세계적 식물 목록에 기록하였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 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생물 자원도 모두 자기네 그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후 본강점기에 채집된 모든 표본은 일본 동경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학자들이 우리나라 식물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동경대 표본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우습기도 하고 치욕적인 일이 생기고 있다.


그러면 한민족과 함께 한반도에서 살면서 초롱꽃이란 예쁜 이름이 붙여진 식물에 어떤 애환이 서려 있을까?


십여 년간 길러준 부모의 곁을 떠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낭군과 함께 한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원하며 꽃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순진무구하고 꿈많은 새색시의 앞길을 청사초롱으로 밝혀 주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다

금강초롱18.jpg

전국 야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초롱DSC_7061.JPG고산지대 바위절벽에 서식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금강초롱42.jpg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금강초롱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하며 ‘함을 사려’를 외치는 함진아비의 앞길을 밝히며 동네 처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잘생긴 이웃 마을 총각의 한 여자가 되었음을 동네 사람들에게 공표하는 ‘함들이’ 행사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청사초롱이다. 또한, 양반님의 행차를 더욱 멋지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청사초롱인데, 한민족의 청사초롱을 빼닮은 들꽃이 바로 초롱꽃이다.


옛사람들이 더운 여름 산길을 따라 목마르고 힘겨운 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서 만날 수 있는 초롱꽃은 생김새가 청사초롱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기도 하겠지만, 무더운 여름 장에다 팔 물건을 지고 혹은 산나물이며 약초를 잔뜩 메고 힘든 산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꽃이었을 것이다. 부모를 더욱 잘 공양하고 자식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진 험한 살길을 마다치 않는 사람들에게 산길에서 만난 초롱꽃은 그들의 앞길을 밝혀 주었을 것이다.


간간이 피어있는 초롱꽃을 보면서 딸을 시집보낼 때 쓸 청사초롱을 장만할 생각을 하였고, 과거 길에 오른 사람은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금의환향할 생각에 힘들지도 않게 먼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쁜 꽃들이 우리에게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유도 있겠지만 등산객들이 길가에 피어있는 예쁜 꽃을 꺾거나 캐가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1,000m 이상에서만 사는 금강초롱은 낮은 곳에 옮겨 심으면 벌레가 들끓거나 색이 하얗게 바래 볼품이 없어진다.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산행 후에는 쓰레기, 발자국도 남기지 말고 추억만을 남기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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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수

평생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생태학자.
야생화 사진, 조류 사진, 자연풍광 사진 찍기와 오지 탐험이 취미.
생태문화 콘텐츠연구회 회장.
환경부 환경교육 홍보단 강사, 청계천 조류탐사교실 강사, 경희대 이과대학 강사, 동덕여대 교양학부 강사 등.
저서로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이야기’, ‘숲이 희망이다.’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식물 백과’, 생태시집 ‘노루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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