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미학. Ugly but Beautiful’ 포토몽타주전

필동 ‘갤러리 꽃피다’ 오는 7월 8일까지 열려
기사입력 2021.06.30 08:18 조회수 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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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미학. Ugly but Beautiful’이란 타이틀로 재미있는 사진전시회가 서울 중구 필동 ‘갤러리 꽃피다’에서 오는 7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제 2회 대학아카데미 사진공모전 수상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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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쓸모가 없고 불필요해서 폐기되는 하찮은 쓰레기가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더럽고 때론 악취를 풍기기도 하는 쓰레기들을 피사체로 삼아 몽타주작업을 통해 위트와 유머를 담았다고 한다. 포토몽타주 아티스트 하현주는 하이에나처럼 쓰레기통을 찾아가 셔터를 눌렀다. ‘쓰레기통 이야기’라는 사진 폴더에 수백 장이 넘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골라 ‘만든’ 몽타주전이다.

쓰레기로 버려지기 전에는 그것들도 주인공으로 누구에게는 사랑을, 어떤 소중한 필요였을 것이다. 그런 사랑과 필요를 피드백시켜 들려주고 싶은 스토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몽타주(montage, 판조립)는 따로 촬영된 화면을 떼어 붙이면서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을 만드는 기법으로 일반적으로 영화나 사진의 편집 구성의 한 방법이다. 서로 다른 각각의 이미지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이미지를 조합하고 합성하는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포토몽타주의 가치는 작가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데포르마시옹(deformation, 회화나 조각에서 대상이나 소재가 되는 자연물의 형태를 표현자의 주관에 따라서 바꾸어 표현하는 기법)으로서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회화와 사진은 어쩌면 다른 것이 아닌 불가분의 동질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술이나 기교의 발전과 크리에이티브의 무한 표현이 가능해 진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이미 회화의 범주이며 회화작가들도 사진을 작품에 사용해 창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시각적 예술은 한계를 뛰어 넘었고 다른 예술과의 교류를 통한 실험적 시도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작가는 사진을 찍는(take) 작업이 1이였고 찢고, 오리고, 붙이는 만드는(make) 작업이 9인 포토몽타주가 이번 전시라고 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쓰레기가 주인공이지만 그 배경과 피사체는 수많은 사진들에서 만들어 하나의 작품으로 땀과 시간이 담겨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쓰레기미학, 쓰레기는 세상, 나아가서 문학과 동일시되는 소설처럼 이 세상과 삶을 부활시켜 쓰레기속 이야기로 오롯이 담아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가장 천한, 더러운, 버려진 것을 겪고 나야 찾을 수 있다. 쓰레기에서 아름다움을, 위트와 유머를 뽑아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20여 점의 작품을 보다 보면 인고의 통증이 느껴진다.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피사체가 많은가? 별, 바다, 꽃… 그걸 버리고 뒷골목, 대로변, 국내, 해외를 돌아 다니며 쓰레기를 찾았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는 인간의 탐욕과 저질,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산물이다. 코로나 펜더믹의 저주 상황에서 이미 보고있지 않은가?

뒷골목 한 귀퉁이에 먹다 던져버린 페트병, 맛난 음식을 담았을 폐비닐, 실컷 이용했을 폐타이어, 그리고 삼키지 못해 토해냈을 걸쭉한 인간의 욕심을 보여준다.KakaoTalk_20210628_22344713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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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요정이 사는 집
 
작가의 말 /포토몽타주 아티스트_하현주전시회4.jpg
지난해 추석,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꽂힌 한 장면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조정석, 윤아 주연의 ‘엑시트’이다. 와, 쓰레기봉투가 저렇게 코믹할 수 있을까?’ 독가스 연기로 가득한 드라마틱한 배경보다, 아니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의 열혈 연기보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쓰레기봉투 방독복이었다.

뷔페식당에 독가스가 분출되어 우왕좌왕 피신하는 장면에서 방독복이 부족하자 두 주인공은 100리터짜리 핑크색 쓰레기봉투를 겹겹이 뒤집어쓰고 테이프로 마감하여 즉석 방독복을 만들어 착용한다. 개인적으로, 이 ‘쓰레기봉투 방독복’이야말로 영화의 감칠맛을 극대화시킨 일등공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눈물보다는 웃음으로 끌고 가는 유쾌한 재난영화는 사실 개인적 취향은 아닌지라 끝까지 볼 의도는 없었는데 ‘쓰레기봉투로 위기탈출’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이끌려 채널 고정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쓰레기봉투는 마침내 내 컴퓨터 속에서 오랜 시간 방치되고 있었던 사진 폴더 하나를 열게 했다.

처음 쓰레기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해 전, 서울 숲 공원에 출사를 갔다가 스타벅스 컵 모형의 대형 쓰레기통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지금이야 도심 곳곳에서 각종 브랜드의 커피 컵 쓰레기통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그때는 커피 컵을 쓰레기통 디자인으로 차용했다는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마치 쓰레기통에서 커피 향이 날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마치 먹잇감을 찾는 허기진 하이에나처럼 쓰레기통만 보면 냉큼 달려가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쓰레기통 이야기’라는 사진 폴더에 족히 수백 장이 넘을 만큼 쌓여 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열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폴더 속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느껴졌다. 난 꼴 보기(?) 싫어진 그 아이들을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외장하드에 백업하고는 내 컴에서 깡그리 지워버렸다.

처음엔 무척이나 신바람이 나서 쓰레기통만 보면 반사적으로 달려가곤 했었는데 왜 시나브로 시큰둥해진 것일까? 나는 영화 엑시트 속의 ‘쓰레기봉투 방독복’을 보고 나서야 그때 아쉬웠던 2%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분명 ‘쓰레기’를 주인공으로 한 쓰레기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폴더명도 그렇게 지었는데 내 사진 속에는 온통 쓰레기통만 있고, 정작 그들의 이야기는 빠져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 미학_Ugly But Beautiful’ 시리즈는 더 이상 쓰레기통 이야기가 아니다. 그 속에서 오랜 세월 숱한 사연을 만들며 함께 살아온 진짜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쓰레기를 ‘예뻐라’ 할 사람은 없다. 쓰레기통은 수명을 다한 것들의 종착지이기에 더럽고, 무질서하고, 악취가 풍긴다. 제 아무리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던 고가의 물건도, 혹은 주인의 사랑으로 손때가 반질반질 묻은 그 어떤 애장품이라고 하더라도 수명을 다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그 순간부터는 본연의 이름은 사라지고 그냥 개똥이, 소똥이 처럼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버려진 것, 오래된 것, 낡은 것, 잊힌 것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통이야말로 무수한 사연들이 숨어 있는 ‘찐’ 이야기 창고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새로 나와 진열대에 갓 놓인 바비인형은 지나가는 여자아이들의 선망의 눈빛을 가득 받겠지만 그 안에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흠집 난 바비인형은 그 자체로 하고 싶은 이야기, 못다 한 이야기가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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