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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교교하게 흐르니
잠을 다시 이룰 수 없습니다
솔직히
너무 이른 잠을 시작한 탓에
이미 잘만큼 잤기 때문이지유
... ...
'뭘 먹을까?'
"아무 거나..."
하여
어느 식당엔 '아무 거나'는 메뉴가 있었다고 합니다
●
예전에
어느 노화가의 전시회엘 간 적 있었는디
사람들은 왜 예술 편식을 할까는
탄식을 들었습니다
음식은 아무 거나 먹어도 그림의 경우엔
'고흐 류' 아니면 아예 보려하질 않고
그래야만 뭔 가 있어 보이는 듯한
자기 착각을 가진다는...
○●
현대의학이 훨씬 뛰어난데도
'동의보감' 한 마디만 하면
끔뻑 죽는 시늉합니다
'이 약재 되게 좋댜'
"그려이?... 증명할 수 있남?"
'동의보감 2막 3장에 적혀있댜'
"그럼 틀림 없겠네"
... ...
시대가 어찌 되는가 알 수 없으나
고흐의 그림이
동의보감에 등재 됐으면
○●○
예전히 달빛이
'우리의 방'을 기웃거립니다
보름달만 뜨면
유난히 잠을 못 이루는 나는 늑대입니다
옆에는 또다른 류의 짐승이
쌔근쌔근 꿈을 이루고 있는데
... ...
서양의 빛바랜 그림보다도
이 달빛 풍경이 더 향긋합니다
이 달내음이 훨씬 더 훌륭한 처방입니다
늙은 여우와
숙취의 초저녁 잠에서 깬
한 해 더 늙은 늑대가 뭔 할 일 없으니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제 자작시를 웅얼거려봅니다
"달빛은 달빛에 물이 들고
그 고운 달빛 한 자락을 소중히 끌어안고 잠이 든 님
그 꿈 속 세상에도 별이 뜨는가
저토록 맑은 별이 뜨는가"
맞게 외웠는지 영 자신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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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여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주무셔
시끄러워 죽겄네 음냐음냐...
'그렇게
여우는 사막에서 어린왕자의 별을 찾아
다시 꿈 속으로 떠났고
나는 고흐 작품보다 훨씬 뛰어난
달빛 미소를 그려봅니다
자, 봐유 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