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유시인 조동진 추억하며 ‘제비꽃’을 가슴으로 듣다

기사입력 2020.09.02 08:11 조회수 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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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jpg

(유튜브 화면 캡쳐)

3년전 이맘때 정확히 8월 28일, 음유시인(吟遊詩人) 조동진(1947.9.3~2017.8.28)이 세상을 떠났다. 포크뮤직의 진정한 자연주의자였고 창작주의자였던 그는 70세가 넘어서도 꾸준히 창작과 공연활동을 이어왔으며 특히 아쉬운 것은 사망 얼마 후에 예정되어 있던 공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지 모를 하나의 공연 : 조동진 꿈의 작업 2017》의 준비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 공연명이 자꾸 죽음과 연상되어 떠오르기도 했다.

1947년에 경상남도 고성에서 영화감독의 아들로 태어난 조동진은 서울 신설동에 있는 대광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지만 곧 중퇴를 하고 미8군 무대에서 재즈 록 밴드 ‘쉐그린’의 보컬과 기타를 맡아 데뷔한다. 그리고 1979년 매우 조동진스러운 앨범이 발표되는데 바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린 〈행복한 사람〉이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외로운가요. 당신은 외로운가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조동진은 ‘동아기획’(들국화, 김현식, 푸른하늘, 박학기, 한동준,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음반제작사)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데 동아기획의 ‘김영’사장은 조동진을 맏형으로 하여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포크밴드를 양지(陽地)에서 활동하게 지원을 하게 되고 1980년대 포크뮤직의 전성기를 이룬다.

그리고 1982년 3집앨범 〈제비꽃〉이 세상에 나오는데 어느 대중음악평론가는 이 곡을 만들고 또 부른 조동진을 향해 "아픈 영혼에 행복을 주던 얼굴 없는 가수"라고 평가했다.

故 조동진은 생전에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는 그 꽃을 발견한 반가움과 함께 애처로운 생각도 들고 마치 꿈 많은 젊음의 절망감을 보는 것 같다"고 이 시의 제목을 '제비꽃'이라 붙인 이유를 애기했다. 그리고 그 제비꽃의 여성 이미지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의 여주인공인 ‘니나 붓슈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그밖에도 조동진은 〈작은 배〉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작은 배로는 멀리 떠날 수 없네 ~~’. 〈나뭇잎 사이로〉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의 명곡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故 조동진은 사망하기 전 2016년에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하는데 그 중에 〈천사〉 라는 곡은 마치 그의 ‘자전적 수필’처럼 다가온다. ‘그댄 어쩌면 천사 였을지도~~ 비 오는 저녁 고인 빗물로 내려와 그댄 어쩌면 천사였을지도~~ 기다란 방을 지나 빈 가슴으로 다가와 창 너머 어두운 풍경~~눈 앞에 펼쳐진 어지러운 세상 그 속에 다시 설 때 까지 날 지켜준 천사(天使)~~’

필자가 예전에 M본부에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나훈아와 조동진 두 가수의 특집으로 제작한 적이 있었다. 47년생 동갑내기인 두 가수는 가고자하는 음악의 방향이 서로 달랐지만 오히려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잘 맞아떨어졌던 프로그램이었다.전반 30분은 조동진 스페셜, 그리고 후반 30분은 나훈아 스페셜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리허설을 하다가 갑자기 ‘나훈아’가 대한민국 최고 포크가수 조동진씨의 노래를 한곡 불러도 되겠나면서 생방송 중에 즉흥적으로 간단한 기타반주로 보면대에 올려진 악보를 보며 〈작은배〉를 나훈아 스타일(꺽고 후리고...)로 불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조동익과 조동희는 조동진의 친동생이기도 하고 조동진의 추모공연 등의 수많은 문화이벤트는 장필순과 한동준에 의해 기획된다. 그리고 재작년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지 모를 하나의 공연 : 조동진 꿈의작업 2017》은 취소되지 않고 그대로 무대에 올려졌다. 주인공 한명만 빠졌다. 당시에 조동진을 따랐던 후배들이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추모공연으로 막을 올리고 그리고 막을 내렸다. 조동진은 제비꽃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언제나 깨어있는’ 노래시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의 모습으로...

이홍주프로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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