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한강 漢江)노래따라 역사는 흐른다

기사입력 2020.07.10 08:34 조회수 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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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1.jpg

(사진:서울시)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에는 1980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3개의 노래가 등장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샌드 패블스의 ‘나 어떡해’ 그리고 혜은이가 부른 ‘제3한강교’. ‘제3한강교는 이후로 1985년 한강종합개발사업과 더불어 ’한남대교(漢南大橋)‘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용산구 한남동에서 강남구 신사동으로 건너갈 때 옛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당시 제1한강교는 용산과 노량진을, 제2한강교는 합정동과 당산동을 연결했으며 건설순으로 한강에서의 세 번째 다리 명을 붙인 것이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한강에는 31개의 다리가 있는데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 27개, 지하철이나 기차가 다니는 다리 4개 있다. 만약 최근에 건설한 다리를 ’제31 한강교‘라고 부르기에는 다리 숫자를 외우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1969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서울에서의 출발점이 바로 ’제3한강교‘ 남단 부근이었으니 분명 도시화와 현대화를 상징하는 다리였다. 물론 당시에 고속버스 터미널은 지금의 잠원동이 아닌 서울역이나 동대문 부근에 있었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중반, 귀여운 외모에 다소곳한 음색으로 ‘당신은 모르실거야’란 노래로 데뷔한 제주출신 혜은이는 1979년에 이 노래를 불러 대박을 친다. 가사도 조금은 야했지만 신나는 리듬에 중간에 ‘핫!’ 하는 감탄사까지 따라 부르며 한 시대를 풍미한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로 시작되는 이노래는 자칫 금지곡이 될 뻔도 했는데 “어제 처음(다시) 만나서 사랑(다짐)을 하고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맹세를 하였습니다)”로 수정되었고 닐 세다카(Neil Sedaka)의 유명곡 ‘You mean everything to me’와 도입부가 유사하다는 표절(剽竊)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강.jpg

(사진: 유튜브 캡쳐)

성수동과 청담동을 잇는 영동교. 1980년대 중반에 한강을 노래한 또 하나의 히트곡이 있었으니 바로 주현비가 부른 ‘비 내리는 영동교’다. 화교이자 약사출신이었던 그녀는 이 노래를 출발점으로 30여 년간 전통가요의 대표가수로 우뚝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당시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은 주현미에게 ‘매일 매일 비맞고 사는 가수’ ‘비오는 날 오밤중에 영동교에 가면 주현미가 있다.’ 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마음,
그 사람은 모를거야 모르실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영동교~

그리고 몇 년전 한강에 관계된 노래가 새로 탄생하는데 바로 ‘자이언티(Zion.T)’가 부른 ‘양화대교’(제2 한강교)다. 자이언티는 R&B 힙합가수로서 본명은 김해솔이며 여러명의 멤버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작업을 하는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어린시절의 기억들과 가족간의 사랑이 자연스럽에 묻어 나오는 노래, 바로 〈양화대교〉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중략)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중략)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나는 그 다리 위에 서있네...(중략)

물론 한강다리에 대한 노래는 아니지만 1960년대 마포와 영등포 그리고 여의도의 모습이 그려지는 노래도 있었다. 바로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이다. 마포종점은 마포에서 여의도로 가기 바로 전에 오른쪽으로 꺽어 200미터 정도 가면 있었던 일종의 전차 출발지와 종착지였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중략)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중략)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중략)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중략)

조선시대 후기에 한강을 노래한 우리의 민요가 있었으니 바로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며 강 언저리의 풍경을 노래한 ‘한강수 타령’이다. 굿거리 장단의 민요로 앞부분은 독창으로 색다르게 부르고 후렴부는 다같이 부르는 형태다. 민요사(民謠史)연구가들은 이 곡이 ‘개성난봉가’처럼 황해도 민요인 ‘난봉가’ 계통의 노래라고 한다.

1절 : 한강수라 깊고 맑은 물에 수상선 타고서 에루화 뱃놀이 가잔다
(후렴) 아하 에헤요 에헤요 어허야 얼사함마 둥게 디여라 내 사랑아,
2절 : 노들의 버들은 해마다 푸르는데 한강을 지키든 임 지금은 어디 계신가,
3절 : 양구 화천 흐르는 물 소양강을 감돌아 양수리를 거쳐서 노들로 흘러만 가누나...

한강유람선이 당시의 뱃놀이를 대신하고 있지만 ‘한강수타령’은 조상들의 넉넉한 멋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강은 흐른다. 우리민족의 역사를 지켜보며 한강은 흐른다.

이홍주프로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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