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_놀면_뭐_하겠는가?

기사입력 2020.06.08 07:43 조회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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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방콕 생활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회사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배달 서비스와 택배 등 물류 유통 가운데 집 앞까지 물품을 전달해주는 업체의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 등에서는 '방구석'이라는 제목을 붙인 프로그램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칩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집에 '틀어박혀' 지낸다는 말에는 어감상이나 용례에 있어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며 쓰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고립되어 지낸다는 뜻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에서 뭔가 모를 답답한 심정이나 원활하지 못한 답보 상태를 연상하게 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보와 물자와 관계를 주고받는 활동이 중단된다는 것은 어쩌면 생존과도 연결된 절박한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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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해서 말하자면 망망대해에서 혈혈단신 표류하며 점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과정과도 비슷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온갖 방법을 시도하며 활기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요즘 유행한다는 유튜브의 홈트(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시청하며 따라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관심 분야의 교양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광활한 드라마의 세계에 빠져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가상의 세상에 탐닉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은 어찌 보면 무위도식하며 시간을 죽이는 일을 경계하고 뭔가 의미 있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인생)을 보람있게 보내고 싶다는 열망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형태의 시간 운용이 자기 성찰을 기반으로 한 계발이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뇌과학 분야에서 밝히고 있는 이론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게임에 몰두할 때 정신적으로 매우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뇌의 활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반론도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여기서 맹목적으로 게임이 뇌 활동에 악영향만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필자 역시 과거 사업에 실패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만을 유지하며 집에서 은둔 생활자처럼 지낸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매일매일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하거나 연휴 때 드라마 몰아보기처럼 복잡한 머릿속을 텅 비우고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한 행위였다고 고백하고 싶다. 너무 주관적인 의견일 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그렇게 소모적인 시간을 보낼 때면 그 순간은 활기에 넘치고 생기를 느끼곤 했지만 자극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더 큰 무력감과 피로함을 경험하며 이러다가 자칫 폐인으로 지낼 수도 있겠다는 경계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말한 망망대해의 돛단배 이야기로 치자면 목이 너무 말라서 어리석게도 바닷물을 들이켜는 것과도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뇌 활동이 활성화되며 만족감을 느끼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북유럽에 위치한 국가들은 극한 온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과 밤이 새고 정오가 될 때까지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 등으로 집에서 칩거해야 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그런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한 그 민족은 후대에 이르러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두 가지 분야의 혁혁한 발전을 이룩했는데, 하나는 정교하고 세밀한 크라프트(craft, 공예 기술)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웅장하고 방대한 설화와 판타지(fantasy)의 세계관이다. 무료하고 따분한 긴긴밤을 지새우며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얘기꽃을 피우며 무료함을 달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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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urst.shopify.com)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제 방구석에서 소모적인 시간 죽이기(killing-time)에만 매몰되지 말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시도해 보자. 최근에 <시사IN>과 KBS에서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조망하는 사회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서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신뢰도 변화>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인(기관)에 이어 가족과 친척(지)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고 이웃 사람과 낯선 사람들은 하위로 밀려난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32&fbclid=IwAR2_3Sd6R6rkCAxnTtaYBqlVSNkkYIQM3urFdHZtiWuQBsqXYe1SLbcRx5Q)

이제 질병을 감염시키지 않을, 혹은 감염시키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오프라인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집에 함께 있는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 보자. 필자도 과거 칩거 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저녁 식사를 만들며 힘들고 모진 시간을 견뎌냈던 추억이 있다. 소질이 없다고 망설이지 말고 하다못해 라면이든 김치전이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아울러 친구나 지인들을 위해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능을 발휘하여 선물을 만들어 전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최근 더듬더듬 스킬을 습득하여 보잘것없지만 뜻깊은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는데 그 재미와 의미가 쏠쏠하게 느껴져서 보람이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고백하고 싶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인데, 한번 속는 셈 치고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일은 어떨까? 코로나를 지나는 시대, 놀면 뭐 하겠는가?

김광진프로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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