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의 아베마리아와 19세기의 조선 병인박해

기사입력 2020.02.28 17:08 조회수 2,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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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노1.jpg  구노.jpg

(Charles Gounod, Wikipedia)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여~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성모님이시여~
기도를 받으소서~
우리 죄인들을 위해 기도해주소서~


라틴어 ‘Ave Maria’는 '안녕하세요, 마리아 님’의 뜻이다.

이 문장은 천사 가브리엘이 처녀 마리아를 찾아와 예수를 수태한 사실을 알리며 건넨 인삿말인데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수태고지'이고 음악으로 만든 것이 '아베마리아'다.

흔히 아베마리아는 여러 곡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카치니, 슈베르트 그리고 구노의 곡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곡은 '월터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연인'에서 가사를 차용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성모송은 아니라고 한다. 구노(Charles Gounod)는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작곡한 프랑스출신 음악가이며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19세기 중반의 조선과 관련 있다는 것이 오늘의 이야기다.

'다블뤼 안토니오' 신부는 '구노'와 동문수학한 친구인데 구노는 자신이 따라잡을 수 없는 음악천재라고 늘 부러움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노는 음악대학으로 다블뤼는 신학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어 둘은 헤어지게 된다.

구노2.jpg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성화상 김종은 레오나르도作)

세월이 지나 구노가 다블뤼를 보고 싶어 연락을 했더니 그는 중국으로 선교를 갔고 다시 조선땅으로 선교를 간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당시 조선은 죽음의 땅으로 불리웠고 그는 조선 제 5대 천주교 교구장에 이르기도 한다.

구노는 친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지만 '다블뤼 신부 조선에서 순교' 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를 참수한 장본인이 흥선대원군이다.

조선에 온 지 21년만인 1866년 병인박해 때 참수되고 마는데 ‘안돈이’(安敦伊, 안토니오)라는 한국명으로 선교활동을 했고 충북 제천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구노는 정신없이 뒷동산으로 뛰어 올라가서 친구를 그리워하며 목놓아 울고 그리고 곡을 만드는데 바로 이 곡이 '구노의 아베마리아'다.

인종도 모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그 당시 서구인들의 시각으로는 미개한 나라의 백성들을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베푼 성인(聖人) 다블뤼 신부. 동서양의 만남이라고 하기는 거창하겠지만 서양의 유명 클래식 음악이 우리와 관계를 맺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잘못된 이야기라는 반론도 있다. ‘다블뤼’ 신부가 아닌 제2대 교구장이었던 ‘앙베르’ 신부와 관련된 노래가 아베마리아란 것이다. 그러나 구노보다 20살 정도 나이가 많았고 앙베르 주교가 순교한 해보다 10년 이상 시간이 지난 후에 이 곡이 만들어 졌다는 게 또한 반론의 반론이다. 몇 년 전에 모 신부님에게 사실여부를 물어봤더니 교구의 공식입장은 두가지 모두 '분명한 사실' 이라고 한다. ‘구노’는 ‘다블뤼’ 신부를 비롯해 ‘앙베르’신부 등 조선에서 순교했던 여러 신부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앙베르’신부는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행사 때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순교자 등 103명과 합동으로 시성(諡聖)이 되었으며 지금은 명동성당 지하에 잠들어 있다. ‘다블뤼’신부는 충남 홍성(당시 홍주)에서 체포되었을 때 유창한 한국어로 체포의 부당성을 반박했는데 이로 인해 더 큰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구노는 박해가 심했던 조선교구에서 전달된 자료를 모은 ‘조선천주 교회사’를 쓴 선교사 ‘달레’와 서로 교감하면서 그의 시(詩)를 성가로도 만들었다.

이 노래는 몇 년 전 영국의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린 소녀가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 곡을 디스코 리듬으로 바꾸면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배경음악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홍주프로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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