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작가 김 석이 특유의 상상과 감성으로 그린 꽃그림들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디지털 기법으로만 표현 가능한 다채로운 빛과 독특한 형태로 어릴 적 추억 속의 정원을 묘사하고 있다. 20여 점의 그림에 담은 '마음의 정원'을 통해 삭막한 도심에서 자연을 희구하는 작가의 정서에 공감해 볼 수 있다.
어릴 적 뛰어 놀던 흙.
그 위에서 보았던 꽃. 그리고 내음.
그 색과 내음을 온통 품은 꽃밭.
그 기억을 오롯이 끄집어 내어 화폭에 담고 싶어 했단다.
꽃의 작가 김석. 그의 회원 속으로 들어가 정원도 보고 그가 그려낸 향기도 느껴보자.
- 작가의 노트 중
정원 없는 공동주택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은 기억조차 설핏하다. 이따금 도심 밖 근교에 나와 맨땅을 밟고 자연의 내음을 맡는다. 문득 내가 잊은 정원, 나를 잃은 정원과 다시 만나고 싶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눈을 감고 사색하면 상상만으로도 나의 정원을 그릴 수 있다. 나는 꽃 이름도 색도 잘 모른다. 구체적인 꽃 모양은 생략하고 단지 꽃 내음과 추억만을 화폭에 담는다. 마치 정원 속에 내가 있는 듯 하다. 상상의 정원은 실제보다 더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바람이 쉬어가고 빛이 머물다 가며 꼬마들의 놀이공간, 연인들에게 밀어의 공간이 되어 주는 정원…. 내 마음의 정원은 단지 꽃이 만개한 정원이 아니다. 시공의 제약을 벗은 아름다운 자연의 축소판이다. 언제든 나의 꽃을 내어 줄 수 있고 상대의 꽃을 받아 심을 수 있는 ‘마음의 사물함’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내가 잊은 정원, 나를 잃은 정원과 잠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음의 정원에서 길을 잃어 영영 빠져나올 수 없게 되기를 바라며….